본문 바로가기

서평.감상.리뷰.분석/책

김수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서평 _ 나는 나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된다.

※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to do list: 나를 위해 해야 하는 일들

사람들은 수많은 해야 할 일을 만들고 체크해가며 살아간다. 다이어리에, 달력에, 학습 플레너에, 휴대폰 어플에. 공부하기, 과제하기, 집안일하기, 장보기... 잊으면 곤란해지는 것들이다. 이 책에서도 목록을 만들어 체크해보게 하고 있다. 그런데 일상 속에서 체크해가는 목록과는 사뭇 다르다. 나의 삶을 존중하며 살아가기 위한 to do list,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to do list, 불안에 붙잡히지 않기 위한 to do list, 함께 살아가기 위한 to do list, 더 나은 세상을 위한 to do list, 좋은 삶,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한 to do list. 파트별로 6개로 나누어진 to do list는 수치화되지도 않았고, 할 수도 없는 것들이다. 비참해지려 애쓰지 않을 것, 단단한 자존감을 다질 것, 어른으로 살아갈 것.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사항이다. 하지만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지 하고 있지 않은지는 생각보다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주눅 들 만큼 겸손하지 말 것 -> 오늘은 내 자신에 대해 당당하게 말했다. -> 체크하기.

개인의 취향을 갖출 것 -> 내 취미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 체크하기.

사실 이 리스트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인터넷에서 ‘좋은 말’들로 자주 떠돌아다니기도 하고, 유명 인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낸 자기개발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작가는 자신과 주위 사람들의 경험을 곁들어 단순히 듣기 좋은 말만을 하지 않고 따끔하게 사람들이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있는 부분을 찔러주고, 해학적으로 과장되게, 그러나 그만큼 더 사실적인 속마음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모습과,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본다. 그리고 나도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실제 생활에 적용해보려 한다.

해야 하는 일들이 참 많다. 하지만 정말 나를 위해 무슨 태도를 가져야하는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놓치기 쉬운 것들을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할 일들의 홍수 속에서 하나 하나 해 나가며 살아가는 건 불행하기 위해서 하는 것 아니지 않나. 내가 행복하기 위해선 날 소중히 여겨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나를 잘 알고 의미 있는 삶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자신의 길을 고민해봐야 한다.

 

2. 개인주의자: 내 인생은 내가 살아가는 것

개인주의가 팽배한 사회, 하면 비판적인 의견이 많이 들린다. 개인주의자는 이기적이고, 자기 밖에 모르고, 정이 없고, 인간미가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집단주의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참견하고, 신경 써야만 하는 것보다 스트레스는 훨씬 적을 것이다. 물론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인터넷이 되지 않는 무인도에 휴대폰 없이 혼자 떨어지지 않는 한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처럼 혼자 살아갈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이 내 삶에 참견하고 휘젓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이 내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고, 책임져주는 것도 아니다. 작가는 이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심지어 부모님에게조차도 “나에게 기대를 버리세요.”라고 말한다. 우리가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애써야 할 유일한 존재는 나 자신뿐이다. 그 장을 넘기면 보이는 일러스트는 당당하게 걸으며 ‘기승전 마이웨이’하는 한 여자의 모습이다.

얼마 전, 영화 <캡틴 마블>을 보았다. 거기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주인공 캐럴 댄버스에게 스승이자 적인 남자가 “네 힘을 내게 증명해봐라”는 도발에 “I have nothing to prove to you.” 라고 대답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사람이 내세운 불공평한 시스템에서 자신을 증명하려 애쓸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동일한 걸 말하고 있다. 나는 그 자체로 완전한 존재고, ‘우리는 자기 자신 외에 그 무엇도 될 수 없고, 될 필요도 없다.‘ ’우리에게 절실한 건, 우리를 증명할 명함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증명할 필요 없는 나 자신이 되는 것이다.‘

더불어서 작가는 내가 받고 싶은 대로 다른 사람도 대하라 말하고 있다. 내 인생이 누군가의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이 싫다면 타인의 삶 역시 보호되어야 한다. 개인주의는 나만 중요한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타인의 삶을 지나치게 관심 두고 참견하지 말고, 타인의 반응에 지나치게 예민해지지 않는 변화가 필요하다.

 

3. 위로 : 냉담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나를 위해

어떻게 하면 내가 나로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람들은 완벽을 추구한다. 작은 실수에도 실망하고, 이른바 ‘완벽주의자’ 기질로 그런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곤 한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고, 다른 사람의 기대에 충족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람은 완벽해질 수 없다. 작가는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할 수 있는지도 말하고 있다. 그리고 내 불행의 원인이 나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정확하게 짚고 있다. 다른 사람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이 사회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리고 나만 이런 게 아니다. 그렇기에 나를 그만 몰아세워도 괜찮다. 우리는 모두 이 삶이 처음이다. 작가는 독자에게 따뜻한 응원과 단단한 버팀목으로 삼을 수 있는 조언을 건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