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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균,『자존감 수업』서평_ 오늘 할 일: 나를 사랑하기

※ 『자존감 수업』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나를 위한 수업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수많은 것들을 배운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 고등학교, 더 나아가서 대학교까지. 직장에서, 학원에서, 집에서. 배우는 것들도 정말 다양하다. 목적도 다양하다. 단순히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 진로를 위한 공부, 취미를 위한 공부. 배워온 것들로 정말 많은 시험을 보고, 경험을 쌓는다. 하지만 정작 날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사랑하는 방법도 따로 배워야 하나요? 라고 물어본다면 사실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배운다고 배워지는 것도 아닐 것 같고, 배웠다 해서 실천하기란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그걸 제대로 배워야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가는 길이 맞나, 내가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가족 친구 연인과의 관계에서 갈등이 생길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아는 것 같지만 정말 잘 안다면, 잘못된 선택을 했다며 후회하는 일도, 뭘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며 우는 일도, 상처받는 일도 이렇게 자주 생기지 않을 것이다.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자존감이 낮아졌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문제를 낮은 자존감에서 찾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존감이란 자신이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지 느끼는 것,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본능, 가진 것이 별로 없어도 안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능력을 말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정도라고도 한다.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가는 자존감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된다. 책은 크게 자존감이 무엇인지부터 왜 중요한지, 자존감이 없는 사람은 어떤 상태인지, 자존감 회복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순서로 이야기 하고 있다. 세분화된 장을 마칠 때마다 그 장에서 배운 걸 토대로 자존감 향상을 위해 오늘 할 일로 숙제를 내주기까지 한다. 친절하게 예시까지 보여준다. 독자는 정말 수업을 듣는 기분으로 책을 읽을 것이다. 설사 숙제를 하지 않더라도 괜찮다. 숙제를 하지 않았다고 혼낼 사람도 없고, 정해진 기간도 없으니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을 때 하면 된다. 중요한 건, 왜 난 이렇게 간단한 것도 하지 못하는 걸까 하고 스스로를 책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수업은 오로지 나를 위한 수업이다.

 

2. 변화를 위한 노력

저자는 자주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것을 운동에 비유한다. 헬스 클럽에서 3개월 운동을 열심히 한다 해서 연예인 몸매가 될 수 있을거란 보장은 없지만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사실처럼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어차피 되지 않는다며, 조금 했는데 역시 달라지지 않았다며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위로해주고 있다.

오늘 할 일중 하나를 실천해보았다. ‘감탄사로 끝나는 감정 일기 쓰기

아침에 아파서 좀 더 자려고 오전 수업을 포기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화를 냈다. 억울하고 서운했다. 그러면서 쉽게 포기하는 내가 실망스러웠다. 아빠가 학교까지 차로 태워주셨다. 나는 여전히 아픈데 엄살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 감사했지만 서운하기도 했다. 수업시간에 자꾸 집중이 되지 않았다. 내 자신에게 실망스러웠다. 조모임에서 한 기획을 교수님께 가져가 의견을 물었는데 이걸로는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 답답하고 막막했다. 오늘도 할 일이 많았는데 계속 미루다 모두 못 하고 결과물도 좋지 않았다. 오늘은 내게 실망을 많이 느낀 날이었구나!

솔직한 마음으론 이게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거지?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저 하루의 감정을 시시콜콜 늘어놓는 것 밖에 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운동과 비슷했다. 팔을 쭉 뻗는 행위 자체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보일지 몰라도 오래, 길게 한다면 분명 효과가 나타난다. 이 감정일기의 경우에는 감정을 조절하기 위한 감정을 직시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높아지기까지의 과정은 분명 쉽지 않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든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고, 귀를 닫고 눈을 닫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은 없다. 사람은 모두 행복을 추구한다. 높은 자존감은 행복함을 느끼기 위한, 내가 원하는 행복으로 갈 힘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기꺼이 시간과 공을 투자할 생각을 가져보자. 언젠가 날 다시 돌아봤을 때 근육이 생길 걸 볼 수 있을 때까지.

 

 

3. 나 = 가장 가까운 친구

태어나 처음 숨을 뱉었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다시 잠자리에 누울 때까지, 눕고 나서도. 나와 계속 함께해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다. 누구보다도 나에 대해 잘 알고, 시시콜콜 오늘 겪은 일에 대해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게 가깝다고 해서 무조건 친하다고는 볼 수 없다.

누구를 미워하거나 무관심한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 하지만 가까운 사람을 미워하는 것은 문제다. ...... 하물며 그 싫어하는 대상이 자신이라면 어떻겠는가. 말하고, 행동하고, 먹고 잠자는 모든 순간 싫은 나와 마주해야 하니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Part 2. 2)

매일 싸우는 가족도 눈에 보이지 않고 멀리 떨어져서 지낸다면 그리워지고, 더 친해지기도 하는데, 나와는 멀어질 수도 없다. 어쩔 수 없이 함께 지내야 하는 것이다.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면, 더욱더 그 사람을 싫어하려고 노력하곤 한다. 그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이 마음에 들지 않고, 무슨 행동을 하든 불쾌하고, 모든 말이 잘못된 것 같이 들린다. 크게 틀리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해결 방법이 뭐가 있을까? 아예 안 볼 사이가 아니라면, 계속 함께 해야 한다면 서로의 오해를 풀고, 먼저 사과하고, 화해하는 것이다. 과거의 나를 미워하는 나에게, 현재의 나에게 화가 난 나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 네 잘못이 아니었어. 그때 너무 겁이 났어. 널 충분히 사랑하지 못해서 미안해.

유명한 동요의 말처럼 우리 모두는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사랑을 주는 대상은 나 자신도 포함된다. 내가 나를 사랑한다면, 나는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알고, 나를 아껴주고, 나를 이해해주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가장 친한 친구를 얻게 되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고 나서야 다른 사람을 제대로 사랑할 수 있고, 사랑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모든 우선순위의 첫 번째에 나를 두자. 나는 좀 더 자신에게 너그러워 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