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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감상.리뷰.분석/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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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 로리, 『기억 전달자』: 사랑이 없는 유토피아 기억전달자는 왜 색깔이 사라졌는지 혼란스러워하는 조너스에게 “그럼으로써 우리는 많은 것을 통제할 수 있었지. 하지만 동시에 많은 것들은 포기해야 했단다.”라고 말한다. 『기억 전달자』의 사회는 항상 ‘늘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일종의 유토피아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해 사람들을 통제하고 관리하며 질서를 유지하게 한다. 이곳에선 거짓말도 다툼도 없다. 잘못을 했다면 ‘사과한다.’라고 말하고 상대는 ‘네 사과를 받아들인다.’라는 공식답변을 얘기한다. 누구에게나 어머니, 아버지, 이성 형제라는 균형 잡힌 기초 가족이 주어지고, 수준 높은 교육을 받으며 원로들의 합리적인 판단에 의해 만족스러운 직업이 주어진다. 퇴직 이후에도 편안한 노후생활이 보장되어있다. 이 사회의 긍정적인 측면을 목록화한다면 다음과 ..
신데렐라,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원작 비교 분석 더 환상적이고 아름답게 익히 알려진 신데렐라는 마법사 할머니, 12시가 되면 풀리는 마법, 호박마차, 유리 구두가 나오는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이야기이다. 이는 그림형제의 신데렐라를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화하며 살린 이미지이며 원작 동화와는 거리가 있다. 그림형제동화전집에선 ‘비비디 바비디 부’ 주문을 거는 마법사도, 12시가 되면 풀리는 마법도 없다. 주문을 거는 주체는 신데렐라이며, 어머니의 무덤가의 개암나무와 새 한 마리가 마법을 대신해 아름다운 드레스와 신을 떨구어준다. 그리고 무도회 후 집으로 급하게 돌아온 신데렐라가 아름다운 옷을 벗어 무덤 위에 올려놓자 새가 물어가 증거를 인멸한다. “착한 비둘기야, 산 비둘기들아, 하늘 아래 있는 모든 새들아, 이리 와서 날 좀 도와주렴. 좋은 건 저 단지 안..
김려령, 『완득이』서평_ ‘똥주’는 훌륭한 선생인가? ‘똥주한테 헌금 얼마나 받아먹으셨어요. 나도 나중에 돈 벌면 그만큼 낸다니까요. 그러니까 제발 똥주 좀 죽여주세요.’ 『완득이』는 주인공 도완득이 담임선생님을 똥주라고 부르는 것도 모자라 신성한 교회에서 선생님을 죽여 달라 기도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 완득이가 새롭게 겪은 모든 일의 시작은 똥주였다. 지난봄, 똥주를 만났다. 그리고 똥주가 죽이고 싶을 만큼 싫었다. 그때 즈음 나는 킥복싱을 시작했다. 킥복싱은 미치도록 좋았다. (중략) 내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어, 누구와 대화해본 적이 없어 혼자 떠들 수 있는 교회를 찾았다. 내 몸을 언제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몰라, 내 몸을 잘 움직여줄 수 있는 체육관을 찾았다. 어쩐지 아버지와 어머니도 새로 찾은 기분이다. 똥주은 계속 자신을 숨기려 하는 완..
김한민, 『그림 여행을 권함』 ※ 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나에게 그림여행이란, 대가들의 명화를 찾아다니는 미술관 투어가 아니다. 하잘것없어 보이는 낙서라도 직접 끼적이며 다니는 여행, 그림을 그리면서 긴장을 풀고 숨을 고르는 여행, 여행 중 어느 날엔가는 과감히 사진기를 숙소에 팽개치고 포켓용 스케치북과 연필만 주머니에 찔러 넣고 홀연히 문을 나서는 여행…… 이런 것들을 나는 그림 여행이라 부른다.’ (프롤로그 中) 학창시절 교과서에 낙서를 해 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종이가 눈앞에 있고, 펜이 손에 쥐어져 있고, 수업시간에 집중이 안 될 때의 습관이었을 뿐, 오늘 있었던 일을 노트에 그림으로 남기는 건 유치원 시절 그림 일기를 그렸던 일 빼고는 많이 없을 것이다. 의 작가 김한민은 그런 독자들에게 프롤로그..
윤홍균,『자존감 수업』서평_ 오늘 할 일: 나를 사랑하기 ※ 『자존감 수업』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나를 위한 수업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수많은 것들을 배운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 고등학교, 더 나아가서 대학교까지. 직장에서, 학원에서, 집에서. 배우는 것들도 정말 다양하다. 목적도 다양하다. 단순히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 진로를 위한 공부, 취미를 위한 공부. 배워온 것들로 정말 많은 시험을 보고, 경험을 쌓는다. 하지만 정작 날 사랑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사랑하는 방법도 따로 배워야 하나요? 라고 물어본다면 사실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배운다고 배워지는 것도 아닐 것 같고, 배웠다 해서 실천하기란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그걸 제대로 배워야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지금 가는 ..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 서평_ 합리적인 개인주의자 ※ 『개인주의자 선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고백: 이 사회에서 개인주의자로 살기 한국사회에서, 적어도 젊은 2030 세대 사이에서 개인주의는 이전과 같이 부정적인 용어가 아니다. 스스로를 개인주의자라고 지칭하는 사람이 많으며, 집단주의보다 현대 사회에 더 걸맞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나 ‘개인주의자 선언’같은 에세이가 인기를 끄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일 것이다. 하지만 개인주의자들은 ‘나’의 시선이 보편적인 시선이라 생각하지 않고, 이 사회에서의 이방인처럼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인 판사 문유석은 “나는 사람들을 뜨겁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 혐오증이 있다고까지도 할 수 있다.”라고 고백하고, ‘나는 개인주의자다’라며 선언한다. 이런 사람들이 목소리..
김애란,『비행운』서평_ 살아간다는 건 ※ 『비행운』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 비행운(飛行雲) : 살아가면서 남기는 것들 관제탑 너머론 이제 막 지상에서 발을 떼 비상하고 있는 녀석도 있었다. 딴에는 혼신의 힘을 다해 중력을 극복하는 중일 테지만 겉으로는 침착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얼마 뒤 녀석이 지나간 자리에 안도의 긴 한숨 자국이 드러났다. 사람들이 비행운이라 부르는 구름이었다. (p. 186) 의 이들은 비행을 꿈꾼다. 더 나은 다른 새로운 세상으로의 높은 비상. 하지만 이들의 꿈은 좌절당하고,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의 용대는 명화와 중국에 가고자 했지만 명화의 병과 죽음으로 중국어를 읊기만 하는 택시기사 일을 한다. 의 기옥은 공항에서 일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날아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화장실에서 다른 사람이 남기고 간 것을 치우기..
히가시노 게이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서평_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는 기적이 있다.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고민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사치스러운 고민[1]일 수도 있고,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뻔한, 어떻게 보면 정신 나간 것처럼 보이는 고민[2]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고민이 얼마나 진지하고 심각하고 무거운지는 다른 사람이 판단할 수 없다. 에 나오는 사건은 다른 사람의 고민[3]을 담은 편지를 받고 진지하게 답해줬던 나미야 할아버지의 태도에서 시작한다. 1. 편지 편지는 오래된 소통의 수단이다. 특별한 기술이나 도구 없이 정보나 생각이나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편지를 쓰고 보내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한 번 편지를 보내기 위해선 편지지를 고르고, 펜을 고르고, 한 자 한 자 글씨를 쓰고, 우체통에 넣으..